부자프로젝트/기업이야기
외국인 대주주는 왜 韓기업 '상폐'시키나
닥터 후
2012. 7. 6. 14:46
즐거운 샤핑 http://www.shapping.co.kr
G마켓과 에스디, 한국전기초자, 씨디네트웍스, 아이레보. 그리고 넥스콘테크와 한라공조. 이 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외국 기업이나 외국 사모투자펀드(PEF)가 최대주주가 된 후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됐거나 장외행(行)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자진해서 상장폐지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외국인이 최대주주가 된 기업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외국기업이 최대주주인 곳은 12개사에 불과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증시에 들어온 외국자본, 국내시장의 위상을 감안하면 적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외국기업들은 국내 증시 상장의 실익이 '전무'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유지비용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저렴하지만 주가가 쉽게 오르락내리락거리고 루머에 휘둘리는 일이 많아 알게 모르게 지출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회사 이미지에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외국기업을 유치하려고 만나다보면 국내증시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기업 홍보 담당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회사에 전화해 욕을 하는 '열혈 투자자'들 때문에 본사에서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외에 상장법인일 경우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며 '기술 유출' 논란이 빚어질 지 모른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은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미국 인버니스가 각각 한국전기초자, 에스디를 인수한 뒤 상장폐지시킨 것을 외국자본의 파괴적 M&A의 대표 사례로 지목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기술이나 배당 등을 통해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자진 상장폐지의 이유다. 굳이 실적 개선에 따르는 배당이라는 과실을 개인투자자들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 상장폐지를 결정한 아이레보와 에스디, 한국전기초자 등은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상장폐지 직전 연도에 355억원의 적자를 냈던 한국전기초자는 지난해 13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아이레보는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 지난해와 올해 흑자를 내고 있다. 에스디는 지난해 4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010년보다 32% 늘었다.
한편 한라공조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미국 비스티온의 공개매수 요구에 응할 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너무 저렴하게 넘긴다"는 지적에서부터 국부유출 논란까지 많은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티온은 주당 2만8500원에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1만원 안팎에 한라공조 지분을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