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왜 다르지? 펀드 수익률 '뻥튀기' 논란
직장인 K씨는 신문에서 A운용사의 펀드 광고를 보고, 코스피 지수보다 수익률이 좋아서 가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펀드 판매 담당 은행원이 보여준 수익률은 광고에 나온 수익률보다 설정 후 수익률이 10%포인트 가까이 낮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다시 광고를 보니 깨알 같은 글씨로, "종류형 집합투자기구의 경우 부과되는 보수와 수수료에 따라 운용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10%포인트 정도나 낮을 수 있단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펀드 광고 수익률이 실제 수익률과 상이해 '뻥튀기' 논란이 일고 있다. 운용사는 펀드 광고 규정에 따라 과거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는데, 규정이 투자자에게 혼란만 가중 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투자협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의 투자광고 항목에는 펀드 광고를 할 때 수익률을 제시하려면 '운용펀드' 수익률을 기본으로 표기해야 한다. 여기에 선택 사항으로 운용사가 원하는 클래스 펀드 수익률을 함께 쓸 수 있다.
펀드는 판매수수료나 보수 차감 방식에 따라 A클래스, C클래스 등 여러 하위 클래스로 구성된다. 투자자는 이 중에서 클래스를 선택해서 가입한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는 여러 클래스로 들어온 투자금을 한데 모아서 함께 운용하기 때문에 '운용펀드'라는 개념이 생기는 것이다.
광고 규정상 운용펀드 수익률을 의무로 사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운용펀드 수익률은 1.5~2% 내외의 보수를 차감하기 전이란 점이다.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실제 수익률은 보수를 모두 떼고 난 뒤라서 '뻥튀기' 광고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펀드가 설정된 지 10년이 됐다면, 운용펀드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실제 수익률보다 15%포인트 넘게 좋은 수밖에 없다"면서 "광고 수익률이 투자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혼란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8월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부터다.
이전에는 클래스가 여러개인 종류형 펀드에 대한 수익률 광고 규정이 따로 없었다. 운용사들은 관행적으로 설정액이 가장 큰 클래스의 수익률을 대표로 제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제수익률과 괴리는 발생하지 않았다.
광고를 심의하는 금투협 관계자는 "수익률을 공시해도 되는 펀드인지 아닌지의 판단 기준은 운용펀드의 설정액 규모(200억원 이상)인데, 수익률은 정작 개별 클래스로 나가다보니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운용펀드 기준으로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펀드매니저의 운용 역량을 보기 위해선 보수 차감 전 수익률을 보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다"면서 "운용펀드 수익률을 보여주더라도 광고에는 반드시 실제 수익률은 다를 수 있다고 표기하도록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운용펀드 수익률이 실제 수익률이라고 오인하기 십상이라는 것.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왕이면 수익률을 더 높이 제시할 수 있으니 운용사로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종전대로 클래스 기준으로 보여줘야 투자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