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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끌어안은 KB금융, 승자의 저주 빠질까?<
닥터 후
2012. 9. 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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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 이익 증대, ROE 개선 등 기대
외환銀 비해 너무 비싼 가격, 악성 계약 등 우려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보험 부문의 강화 기대와 함께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ING생명 인수가격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에 비해 너무 비싸다”와 “ING생명의 악성 계약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자주 들린다.
◆비이자이익 활성화 및 은행·비은행 시너지 효과 기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ING생명은 매매에 합의했다.
ING생명은 3조500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KB금융은 2조6000억원 가량을 주장하는 등 양측은 매각가를 두고 이견이 컸는데, 2조원대 후반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KB금융은 그간 취약했던 비은행계열, 특히 보험 부문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올해 3월말 기준 ING생명 총자산은 21조3445억원이다. 2011회계연도(2011.04~2012.03) 수입보험료 4조10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 4.6%를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 2556억원을 시현했다.
KB생명을 ING생명과 합치면 업계 최하위권에서 신한생명을 제치고 업계 4위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완료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및 은행과의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KB금융의 연간 환산 ROE는 9.99%이다. ING생명 인수가를 2조7000억원으로, 이를 연 3.5% 금리의 선순위채로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ING생명 인수로 매년 늘어나는 당기순이익은 약 1800억원이 된다. 이 경우 약 0.7%의 ROE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비이자이익 증대와 시너지 효과 창출은 더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간 KB금융은 은행에의 의존도(올해 상반기 86.8%)가 너무 컸다.
최 연구원은 “비이자이익을 활성화시키면 갑작스런 상황 변화로 인한 그룹 당기순익의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ING생명의 상품을 국민은행 창구에 걸어놓고 ‘방카슈랑스 룰(25%)’을 풀로 채워 팔거나 소매금융에 강한 국민은행의 고객 정보를 ING생명과 공유해 보험설계사들이 영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외환은행 4조…ING생명 3조?
이처럼 ING생명 인수는 비은행계열 활성화로 그간 지나치게 은행에 쏠렸던 KB금융그룹의 밸런스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환영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비싸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 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두 회사의 인수가격이 비교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 129조6000억원, 당기순익 1조7245억원의 외환은행을 3조9156억원에 매수했다.
자산 기준으로 외환은행은 ING생명의 약 6배에 달하며, 수익은 7배에 가깝다. 그에 반해 ING생명 인수가가 2조7000억원 가량으로 결론날 경우 매수 가격은 겨우 1.5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나금융이 훨씬 알짜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미래 전망을 봐도 외환은행은 외환·수출입업무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반면 ING생명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변액보험과 대졸남성전문조직은 점점 하락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금융에게 외환은행 인수는 그간 총자산 200조원대로 ‘4대 금융지주’라 하기 초라했던 위치에서 단숨에 신한금융지주를 제치는 등 당당한 ‘4대 지주’의 일원으로 자리 잡게 해줬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의 총자산 369조3000억원에 ING생명을 더해도 390조6445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여전히 총자산 405조5000억원의 우리금융지주에 못 미치므로 ‘2위’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질 수 없다.
‘보험업계 4위’라는 명예 역시 한순간에 끝날 물거품 같은 꿈일 뿐이다. 올해 3월 정식으로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생명보험업계 ‘빅3(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에 뒤지지 않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NH농협생명이 보험업계로 편입됐다. 올해 6월말 기준 NH생명의 총자산은 38조7849억원으로 ING생명(21조3445억원)보다 훨씬 더 크다.
따라서 2012회계연도(2012.04~2013.03)부터 생보업계는 ‘빅4’ 체제로 개편이 불가피하며, ING생명과 KB생명을 합친 새로운 회사는 신한생명과 5위를 다퉈야하는 처지가 된다.
◆ING생명 악성 계약, 어떻게 처리할까?
KB금융에게 향후 장기적으로 남을 또 하나의 골칫덩어리는 ING생명에 수두룩한 악성 계약들이다.
ING생명은 대졸남성전문조직과 세일즈매니저(SM) 시스템 등으로 이름을 날린 회사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변액보험, 특히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변액유니버셜보험(VUL)을 주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 변액유니버셜보험에 함정이 있다. 지난 2007년 관련 법규가 개정되기 전까지 변액유니버셜보험에 추가 납입된 금액은 그날 시초가로 주식을 사는 것으로 계산됐다. 때문에 이를 악용한 ING생명의 보험설계사들은 당연히 내세워야 할 장기투자의 유용성, 보험차익 비과세 등이 아니라 추가납입을 ‘미끼’로 삼아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보험설계사 A는 “예를 들면 월납 100만원의 변액유니버셜보험계약에 가입한 보험계약자가 모월 모일 주가가 3% 오른 것을 확인하고 약관대출 2000만원을 받아 자신의 계약에 추가납입한다. 이 때 추가납입된 금액은 시초가로 주식을 산 것으로 계산되며, 약관대출금액을 추가납입하면 보험사가 이자를 거의 받지 않으므로 다음날 장이 열자마자 중도인출로 돈을 다시 빼가면 계약자는 무위험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행위를 1년에 수십번 반복하면 계약자는 앉아서 수백만원의 돈을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 계약은 대개 수십년의 장기이므로 그 때 집중적으로 판 상품들은 여전히 대부분 남아 있다. 계약자들은 똑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면 ING생명은 자산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지난해에는 이 추가납입과 중도인출로 충분히 재미를 본 계약자들이 제3자에게 고액을 받고 보험계약을 팔아넘기면서 법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위험률이 높은 계약도 대폭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이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자산을 늘리려고 최근 언더라이팅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계약을 끌어들였다”면서 “때문에 종신보험계약 등의 위험률이 크게 상승해 향후 위험률차손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임기 내에 타 금융지주사의 추격을 허용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