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프로젝트/주식정보

마트 가보면 주가 보인다

닥터 후 2011. 12. 9. 13:17

다시 주목 받는 '생활 속의 발견' 투자법
강방천 “중국 가면 마트·백화점 꼭 들러”





 '주말에 마트 가보셨어요?'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이 지난 5일 낸 보고서 제목이다. 삼양식품을 다룬 보고서였다. 마트(시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는 맑은 국물 라면 '나가사끼 짬뽕' 덕분에 삼양식품의 실적이 좋아지고, 그래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내용이다.

 김 연구원이 삼양식품에 대한 보고서를 처음 낸 것은 지난달 29일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연구하고 분석하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이 웬만큼 크지 않다면 시가총액이 큰 주요 종목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2000억원에 못 미쳤다. 애널리스트의 눈에 들어올 기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달 말, 김 연구원은 야근을 하다 편의점에서 우연히 나가사끼 짬뽕 컵라면을 먹었다. '이거다' 싶었다. 그 주말 마트에 가보니 나가사끼 짬뽕이 눈에 띄게 진열돼 있었다. 당장 삼양식품 분석 보고서를 냈다. 그는 “맑은 국물 라면 시장의 정착과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로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각각 38%, 252%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8일까지 삼양식품 주가는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정보'다. 행여나 고급 정보를 알 수 있을까 증권사 직원과 안면을 트고, 주식투자 동호회를 기웃거린다. 아예 돈 받고 정보를 파는 곳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게 얻은 정보로는 투자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럴 바에야 돈 되는 정보를 '주변에서 찾으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마트에 가보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대박 아이디어는 일상에 숨어 있다는 말이다.

 13년 동안 2700%의 수익률을 올린 미국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는 '생활 속의 발견'이라는 투자법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내가 즐겨 신는 스타킹을 보고 그 제조업체 '레그스(Leggs)'에 투자했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도넛을 사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던킨도너츠'를 사서 대박을 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도 비슷하다. 그는 요즘 중국 출장을 자주 간다. 중국에 가면 증권사보다 마트나 백화점 등에 더 자주 들른다. 강 회장은 “최근 KT&G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중국 최대 한의원 체인에 들렀더니 진열장 한가운데 '정관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T&G는 명절 선물과 외국인 관광객 기념품으로 홍삼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6개월 새 30% 넘게 올랐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는 “중국 마트에 갔더니 진열대에 한국에는 없는 '북경오리맛 예감(오리온이 만드는 과자)'이 있었다”며 “오리온이 중국 현지화를 잘해 전망이 밝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초 38만원 선이던 오리온 주가는 60만원 선으로 뛰어올랐다. 중·고생들 사이에서 '겨울철 교복' '교복 위에 입는 교복' 등으로 불리는 '노스페이스' 제조사인 영원무역은 올 들어 주가 상승률이 170%를 웃돈다.

 그렇다고 히트 상품만 좇아 무턱대고 하는 투자는 곤란하다. 해당 제품이 그 회사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무구조는 탄탄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피터 린치 역시 투자에 앞서선 재무제표부터 점검했다. 또 주가가 실적 개선 기대감에 오르다 유사 제품들로 경쟁이 격화되면 떨어질 수도 있다. 2000년 출시된 '비타500'은 판매량이 2005년 연간 5억 병까지 늘면서 당시 국민 드링크였던 박카스 매출을 앞질렀다. 광동제약 주가는 덕분에 4200원 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방부제 논란이 겹치면서 이듬해 말 2700원 선까지 밀렸다. 국순당은 2009년부터 불기 시작한 막걸리 열풍에 주가가 오름세를 탔지만, 막걸리 소비 증가세 둔화와 원가 상승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주가가 내림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