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의 전근대식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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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없는 패션재벌, 박성수 회장의 '異'랜드
'패션재벌' 이랜드 박성수 회장의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방식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사외이사 등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객관적인 체계가 미흡할 뿐 아니라 박 회장이 경영전반에 막강한 전권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서다.
2012년 7월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올 5월말 현재 지주회사 이랜드월드를 비롯해 이랜드리테일, 이랜드건설 등 주요 계열사에 사외이사를 단 한사람도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월드는 패션사업을 총괄하며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이고 이랜드리테일은 유통사업 부문의 주력 계열사다.
◇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 없어
이랜드 그룹 계열 소규모 상장사인 데코네티션, 이월드 등에 사외이사가 있으나 그나마 업체별로 1명씩 밖에 없다. 비상장 가운데는 2009년 인수한 올리브스튜디오 등에 사외이사 제도가 남아있는 정도다.
사외이사 제도는 일정수준에 오른 대기업에는 투명경영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법적, 정책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현행법상 상장회사(벤처기업 등 제외)는 반드시 사외이사를 둬야하고, 비상장사라고 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했다면 제도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이랜드는 올 4월 공정위에 의해서 61위로 이 집단에 지정됐다.
사외이사와 함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감사제도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내부인사가 맡고 있어서다. 지난 연말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랜드월드의 감사는 이규창 이랜드리테일 전략기획실장이 맡고 있다. 반대로 이랜드리테일의 감사는 이규진 그룹 CFO(최고 재무책임자)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인물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하고, 같은 기준으로 감사위원회도 운영한다. 그만큼 '경영감시' 기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이나 이랜드의 경우 기업규모에 비해 감사기능이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 책임경영 어디로? 경영자 신분아니면서 경영전권 행사
박 회장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그는 경영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그룹 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는 박 회장의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과 여성사업부의 민혜정 대표 2인이 맡고 있다. 유통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는 윤여영씨가 담당하고 있다. 박 회장의 이름은 경영진 뿐 아니라 비상근 이사 명단에도 없다.
형식적으로는 지배주주일 뿐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주회사 이랜드월드는 자사주 44%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박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모두 갖고 있다.
◇ 노조갈등 겪은 후 경영진에서 빠져
박 회장이 처음부터 경영 후선에 있는 모양새를 취한 건 아니었다. 1986년에는 이랜드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홈에버, 킴스클럽 등 유통업체 인수합병(M&A)에서 노사갈등으로 대표이사의 책임문제가 부상했다. 당시 박 회장은 노조와 법적대응 당사자로 나서야 했다.
박 회장이 그룹 경영진 명단에서 이름을 뺀 건 그 이후라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대신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진으로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러다 보니 박 회장이 공식적으로 나서지 못해 발생하는 해프닝도 적지않다. 지난해 4월 이랜드가 신세계그룹에 킴스클럽을 매각했을 때 일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결합신고서 승인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이랜드는 2300억원 가량의 매각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채권을 발행할 여유가 없었고, 차입금으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이자부담이 너무 컸다. 당시 이랜드는 공정위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안팎 인맥을 총동원했는데, 내부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금융계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었는데, 정작 박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못해 부회장이 움직여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문제는 풀렸으나, 이로 인해 "박성수 회장 대신 박성경 부회장이 실권을 쥐었다"는 말이 금융권에 돌기도 했다.
빚더미 속에서 M&A 드라이브
뉴코아(6253억원) 까르푸(1조7100억원) 동아백화점(2680억원) 엘칸토(200억원) 만다리나 덕(983억원)…
최근 10여년간 이랜드그룹이 인수한 곳들이다. 이랜드그룹 홈페이지에 소개된 활동내역을 보면 이랜드는 1995년 영국 글로버롤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28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 기간 투자액은 총 3조4000억원. 인수합병(M&A) 후 재매각, 그리고 해외생산설비 투자와 브랜드 수입계약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무시하지 못할 규모다.
이랜드의 왕성한 식욕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연초에는 LA다저스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쌍용건설에도 입질을 하고 있다. 이랜드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견그룹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이랜드를 바라보는 금융권 시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충분한 체력이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M&A를 통한 무리한 외형확장이 진행되고 있어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재무관리가 있기라도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평가는 왜 나올까.
◇ M&A 차익이 바꿔놓은 이랜드 성장전략
이랜드가 처음부터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한 건 아니었다. 80년 이화여대 광생약국 앞 작은 보세 옷 가게 '잉글랜드'에서 출발한 이랜드는 곧 프랜차이즈로 성장했고 83년 브렌따노, 85년 언더우드, 89년 헌트 등 히트 브랜드를 잇따라 내놨다.
수익금을 토대로 94년 서울 당산동에 2001 아울렛을 열어 유통업에 진출했다. 재고의류를 처분할 수 있어 자금회전이 빨라졌고, 유통노하우 체득이라는 부수효과도 있었다.
당시 아울렛 매출은 30억원이 채 안됐으나 이듬해는 매장이 3개로 늘어나며 542억원으로 증가했다. 99년에는 3000억원으로 커졌다. 사업축이 패션과 유통으로 나뉜 게 이 때다.
유통사업의 가능성을 본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2003년말 뉴코아와 2006년 홈에버(까르푸)를 잇따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이랜드월드(옛 이천일아울렛)의 부채비율은 2001년 122.3%에서 이듬해 188.5%로 늘고 2003년말에는 681%(뉴코아 차입금 제외시 292%)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홈에버 인수자금 부담까지 겹치며 유동성 압박이 커졌다. 2008년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이 'BBB-'(나이스신용평가기준)에 머물렀던 이유다.
벼랑 끝에 몰린 이랜드는 우여곡절 끝에 뉴코아를 신세계그룹에, 홈에버를 삼성테스코에 각각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2000억원 가량의 차익이 발생했다.
이 결과 박성수 회장과 이랜드가 M&A의 묘미에 빠져들었고 성장전략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9년까지 연간 2~3건에 불과했던 M&A 등 투자는 2010년 이후에 월평균 1회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 연결기준 그룹 부채비율 400% 넘어
문제는 잇단 M&A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으로 이랜드 그룹의 자금사정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코아와 홈에버 매각으로 들어온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면서 차입금도 다시 늘어나 버렸다.
2012년 7월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이랜드 그룹의 24곳 국내 계열사들의 자산총계는 5조2382억원, 유동자산은 1조6251억원이었다. 부채총계와 유동부채(1년내 만기도래하는 부채)는 각각 3조3817억원, 2조3293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82% 이지만 총부채중 단기부채 비중이 68%에 달해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은 유동부채의 70% 수준이다.
해외사업을 반영하면 사정은 더 나쁘다.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에는 국내뿐 아니라 55개 해외 계열사들의 경영실적과 재무상황이 반영돼 있다. 이랜드월드의 지난해말 연결기준 자산총계와 유동자산은 각각 5조8253억원, 2조3844억원을 기록했다. 부채총계와 유동부채는 4조6804억원, 2조9744억원이었다. 부채비율은 409%로 치솟고 유동자산은 유동부채의 80%수준을 유지한다.
◇ 단기차입의존도 높아...중국법인 홍콩증시 상장으로 활로 모색
금융권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500%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단한 수준이 아니다. 더욱이 이랜드월드 유동부채중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회사채가 73%에 달해 일종의 돌려막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랜드 그룹은 계열사가 계열사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순환보증'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이 같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그룹재무리스크가 큰 것이다.
재무상태 개선과 관련 이랜드그룹은 중국 자회사(이랜드패션 차이나 홀딩스)를 홍콩증시에 상장하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내년 상장이 성공하면 국내에 10억달러 가량 자금이 유입돼 연결부채비율이 2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 의존하는 외화내빈 패션사업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은 2020년까지 중국 패션사업에서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내수 패션시장에서도 올해 2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국내외시장에서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얘기인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출범 30년이 지나면서 초창기 보였던 참신한 디자인이 줄어들고 브랜드 파워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말기준 그룹 부채비율이 400%를 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이랜드그룹에서 영업은 꼭 지켜야할 생존조건이다. 영업이 위축돼서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굴러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랜드의 국내외 패션사업 내용을 보면 처한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 중국 성공 불구하고 종합 해외성적은 낙제점
가장 큰 문제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해외 패션사업이다. 이랜드 그룹은 현재 패션사업과 관련해 미국, 동남아, 중국, 유럽에 진출해있다. 중국은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등 괄목할 성과를 냈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사업과 관련해선 후아유홀딩스, EL 인터내셔널, 이랜드USA 등 3곳의 자회사가 있다. 지난해 이랜드월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총액 76억원인 후아유홀딩스는 지난해 79억원의 적자를 냈고 EL인터내셔널은 1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지역 패션 계열사들을 거느린 유로 이랜드는 352억원 적자를, 동남아 사업을 관할하는 이랜드 아시아홀딩스는 638억원 순손실을 냈다.
중국사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 패션차이나 홀딩스는 지난해 순익 1400억원을 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나머지 지역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기 바쁜 모양새다.
중국시장에서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이랜드가 중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는 스코필드, 후아유, 헌트, 이랜드, 티니위니, 프리치, 스켓, 로엠, 에블린, 바디팝스, 포인포 등이다. 티니위니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에서 밀려난 노후 브랜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코필드, 이랜드 등 브랜드는 국내에서 오래됐을 뿐, 중국에선 최신 디자인을 도입해 인기를 끄는 걸로 안다"며 "다만 현지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며 높아진 눈높이를 언제까지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랜드 관계자는 "해외진출 실적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나 아직 투자가 이뤄지는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중국처럼 다른 지역도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에선 브랜드 파워감소
국내에선 이랜드의 패션브랜드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 이랜드 그룹에서 패션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국내에서만 40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아동복에서는 리틀브렌, 이랜드주니어, 베이비헌트, 오후, 치크, 엘던, 바비 등이 있으며 여성의류는 로엠, 더데이, 투미, 테레지아, 클라비스, 몬티니 등이 있다.
이 밖에 헌트이너웨어, 더데이언더웨어, 에블린 등 내의부문과 로이드, 비아니, 클루, OST 등 잡화가 있고 캐주얼에서는 티니위니, 후아유 등이 있다.
그러나 경기에 무관하게 일정수준의 매출과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대표 브랜드'가 없다. 2010년 기준 3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브랜드는 중저가 캐주얼인 티니위니와 후아유 등에 불과했다.
브랜드가 약해진 이유는 이랜드가 소수의 대형브랜드를 육성하기보다 다수의 소규모 브랜드를 운영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으나, 높은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이런 문제는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패션 부문별 매출비중은 아동복 25.9%, 스포츠웨어 21.7%, 여성복 18.7%, 캐주얼 14.4%, 잡화 10.5%, 내의 8.9% 등으로 집계됐다. 메인인 성인패션 부문에서 브랜드력이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 수입 브랜드 "길만 터주고.."
이랜드는 이런 단점을 해외브랜드 수입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역시 간단치 않다. 2006~2008년 이랜드는 해외 스포츠 브랜드인 푸마를 수입해 판매했다. 푸마는 회사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이익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라이센스 계약이 종료된 2008년 푸마 본사는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직접 진출했다. 이로 인해 이랜드 패션부문이 입은 외형손실은 1000억원에 달했다. 이랜드 입장에선 '토사구팽' 당한 격이었다.
이후 이랜드는 엘레쎄와 버그하우스를 국내에 도입했으나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파워 브랜드 부재'와 '수입브랜드 종속화'로 인한 문제인데, 이런 부작용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평가다.
이랜드는 2009년 12월 글로벌스포츠에서 뉴발란스 판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었고 이익 기여도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는 푸마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뉴발란스와 관련해 최대 16년까지 장기계약 옵션을 걸었는데, 최근 이마트가 뉴발란스를 국내에 들여오고 병행수입이 늘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랜드는 이마트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中에서 벌어도 돈맥경화
이랜드그룹의 현금흐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무리한 인수합병(M&A)에 적잖은 자금을 쏟아 부었고, 중국사업에만 의존한 채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 돈맥이 제대로 꼬였다는 것이다.
전체 포트폴리오를 볼 때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으나 자금흐름의 병목현상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생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최근 추진하고 있는 쌍용건설 인수에도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다.
◇ 이랜드 주력회사, 계열사 자금지원에 '헉헉'
2012년 7월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국내외 계열사에 빌려준 단기대여금과 금융권 빚에 대한 지급보증(한도액기준)은 총 4721억원(원화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연말 3946억원보다 19.6% 늘어난 수치다. 3월말 기준 계열사 지급보증액은 415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9%(661억원), 대여금은 564억원으로 지난 연말보다 25%(114억원) 증가했다.
용도는 주로 해외사업 지원을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중국에서 패션사업을 펼치는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에 대한 지급보증한도를 3200만달러에서 4300만달러로 늘렸다. 동남아 사업과 관련한 이랜드아시아홀딩스과 관련한 신규보증도 650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계열사에서는 레저사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파크의 지급보증 한도가 기존보다 160억원 증액됐다.
이랜드월드는 계열사 지원으로 부족해진 지급보증 여력을 키우기 위해 증권사들과 약정한 차입한도를 1070억원 가량 증액했다. 수출입은행에 예금담보도 추가로 제공했다.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도 지주회사를 포함한 계열사에서 받을 채권이 428억원 가량 늘었다.
그룹의 양대 축을 맡고 있는 회사들의 지급보증 현황은 자회사들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지난해보다 부채비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사업성공, 오히려 '독'되나…
이랜드그룹은 올해도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며 부채가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증 등 잠재부채를 비롯해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원인은 이랜드 그룹의 기형적인 투자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랜드 그룹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건 맞다.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는 지난해 각각 1119억원과 751억원의 순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을 올렸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적잖은 자금이 국내외 자회사 투자로 다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자금은 이랜드건설, 이랜드파크, 올리브스튜디오, 유로이랜드, 후아유홀딩스 등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들로 향했다.
또 다른 딜레마는 중국에서 적잖은 수익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를 국내로 들여오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모회사인 이랜드월드는 이랜드 패션차이나 홀딩스에서 배당이나 로열티를 받도록 돼 있으나, 중국정부의 외화반출 억제정책 탓에 간단치 않다.
우선 모회사에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매출액의 3% 가량이고, 많아도 5%를 넘지 못할 거라는 게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1조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가정해도 그룹에 유입되는 현금은 최대 500억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랜드 패션차이나 홀딩스는 지난해 1조원 넘는 매출에 14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나, 이랜드월드의 재무제표에는 별다른 자금유입 흔적을 보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 사업을 더욱 키우기 위한 자금지원이나 출자압박이 엿보인다. 중국사업이 현금흐름에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과 그를 보좌하는 경영진들의 스타일도 잘 봐야한다"며 "최근 자금흐름을 보면 중국투자를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외 M&A와 투자기업 지원을 위해 쓸 곳은 많다. 미국, 유럽 등 해외 계열사에서 누적되는 적자는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 중국 자회사 지분매각에 운명달려
이랜드그룹이 이랜드 패션차이나 홀딩스의 홍콩증시 기업공개(IPO)를 서두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우니 상장과정에서 구주매각을 병행해 일부라도 자금을 회수,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장에 걸리는 기간이 짧지 않고 경기침체로 인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랜드그룹이 최근 이랜드 패션차이나 홀딩스 지분 일부(20%)를 IPO전에라도 매각하겠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는 건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자금은 이랜드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수 있으나, 역시 변수가 많다. 지분가치를 얼마나 평가받느냐가 우선 관건이고, IPO가 지연될 경우 이랜드 그룹이 제공해야 할 안전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기사 제공 : http://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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