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잠수함 안 만드나? 못 만드나?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조선강국 코리아’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세계 조선 ‘빅3’의 위상을 자랑한다. 하지만 ‘빅3’의 한 축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조선업의 꽃’으로 불리는 잠수함과는 인연이 없다. 오로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만이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왜일까.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백지상태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많은 게 현실. 혹자는 삼성중공업이 안 만드는 것이냐, 못 만드는 것이냐고 궁금해 한다. 관련 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삼성중공업이 잠수함과 거리가 머나먼, 그 이유를 들여다본다.
◆ 조선업 라이벌 삼성重과 대우조선, 잠수함에선 대우조선이 앞서
삼성중공업은 규모와 기술력 면에서 항상 대우조선해양과 비교되며 업계 2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드릴십(원유시추설비) 등을 경쟁적으로 수주하며 매년 자신들이 조선업계 2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방위산업만을 비교하면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에 크게 밀린다. 특히 잠수함 사업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더 벌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 잠수함을 수주·건조하며 국내 최고 잠수함 건조 업체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잠수함 건조는커녕 방산업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 잠수함의 수익성 별로? NO!
삼성중공업이 잠수함 수주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코 수익성이 적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잠수함 건조는 한 척당 3,000억원(209급 잠수함)에서 5,000억원(214급 잠수함)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사업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부가장치까지 더하면 그 가격은 더 올라간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을 목표로 약 12억 달러(한화 1조4,000여억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209급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잠수함 수주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황금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重 잠수함 만들지 않는 이유?
수익성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일까? 삼성중공업은 잠수함을 만드는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닐까? 물론 잠수함을 수주·건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의 잠수함 관련 기술은 거의 전무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LNG-FPSO)를 만드는가 하면 드릴십도 건조하기 때문에 조선업 기술에서 결코 그 어떤 기업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 업계는 “잠수함 건조 기술은 컨테이너선과, 수주선, 드릴십과는 별개의 기술력이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고의 LNG-FPSO를 건조하는 만큼 잠수함을 만들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방산업계 시장이 크지 않고, 그 물량도 적기 때문에 여러 기업들이 방산업에 참여하기 보다는 특수 관계에 있는 몇몇 업체만이 방산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은 지난 첫 잠수함 수주 사업인 KSS-Ⅰ때 입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잠수함과 인연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선업의 꽃 잠수함, 조선업 기술력 평가의 잣대
잠수함 건조 능력은 조선업 시장에서 중요시 된다. 그 이유는 잠수함 건조 능력이 조선업계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잣대로도 이용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잠수함 건조는 조선회사 입장에서는 상징성이 크다”며 “좁은 공간 안에 엔진을 비롯한 각종 첨단 장비 등이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야 하고 특히 바다 속에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선이나 유조선 건조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어야 세계 조선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지난 2000년 조선업 1위로 평가 받는 현대중공업이 국방부와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강수를 두며 잠수함 수주에 혈안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LNG-FPSO와 드릴십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도 고등기술인 잠수함을 건조할 수 없다면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은 다소 저평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잠수함 건조 능력은 조선업에서 중요한 잣대이지만 잠수함 수주의 경우 물량이 적어 여러 업체가 참여하기에 다소 무리”라며 “과거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전차를, 삼성테크윈은 자주포를,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을 만드는 등 업체별로 적은 방산업 물량을 나누어 맡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잠수함을 건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애초부터 방산업에 참여 하지 않았다”며 “잠수함 수주의 경우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삼성중공업은 더 큰 규모의 사업에 눈을 돌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 부문에 있어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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